<6> 금권(金權), 관권(官權) 부정선거

울산포스트 | 기사입력 2005/08/28 [13:10]

<6> 금권(金權), 관권(官權) 부정선거

울산포스트 | 입력 : 2005/08/28 [13:10]



총각들은 한결 같이 ‘처음 하는 결혼식이라 뭘 잘 모르겠다.’ 하면서도 다들 대충대충 잘들 해 나가듯이, 이철의 국회의원 출마 역시 처음 치르는 선거라 도무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니, 일단 정치 선배이자 지난번 총선 출마자의 지시 내지는 어드바이스를 받게 된다.

일단 당 공천을 받아야겠고 또 야당으로 입당하여야겠는데 선택의 폭이 너무나 좁다. 전통야당이라는 민주당에는 이미 심완이 추천한 울주군 아닌 중구에는 이미 젊은 윤모란 자가 공천을 받았는데 무슨 음모에 가담이 되었는지 민주당원에게 붙잡혀서 한동안 곤욕을 치르고는 멀리 달아나 버렸다고 언론이 문제를 확대 재생산시키면서 도무지 임박한 이번 선거에 정상적인 공천을 받아 출마할지가 의심스럽다한다. 그래도 한편에서는 약 300만원만 있으면 민주당 공천을 받을 수 있다고 장담하지만, 그럴만한 돈도 없고 도무지 이런 당에 돈을 주고 공천을 받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차라리 정치를 안했으면 안했지 아예 그런 당에 신청하고 싶은 생각이 가셔버렸다.

선거에 뜻을 가지고 출마만 하면 되었지 무슨 돈이 필요한가, 할 정도로 이철은 그야말로 돈을 초월한 어떻게 보면 무모하리만치 무지한 선거 초년생이었다. 이럴 즈음 마침 이규로부터 다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이규는 만나자 마자 재촉을 해댄다.

<내일 급히 상경하여 최종적으로 중구 출마자 공천을 결정하려한다. 나도 서울 양천구로 옮기자면 내일까지 당에다가 확실한 후보를 추천해야 한다. 어쩔래?>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공천을 받고 후보등록을 하자면 돈이 좀 드는 모양인데, 나는 아직 돈이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람 신공화당에 공천을 받으면 돈이 들기는커녕 오히려 후보 등록 공탁금 1000만원까지 줄 텐데. 그런 걱정일랑 말고 내일 아침 첫 비행기로 올라가자.>

<네 좋습니다. 이왕 출사표를 던졌으니 이젠 모든 것을 하늘에 맡기고 그래도 이번 선거판에 유일한 야당이라니 신공화당으로 한번 싸워보겠습니다.>

<그래. 그럼 내일 아침 공항에서 만나자.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지금 김호는 전 내무부와 경기도지사 시절 새마을 비리에 깊이 개입되어 정말 약점이 많다. 한번 멋지게 싸워 볼만한 상대이니 잘해봐라.> 이렇게 하여 내일 급거 공천을 받기 위해 상경할 약속을 하고는 헤어졌다.

다음날 김포공항에 도착하여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면서 보니 저 앞쪽에 심완 의원이 같은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었다. 이철과 이규, 그리고 심완 의원은 공항에서 만나 자연스럽게 여의도로 향한다. 어느 지하실 다방에서 이규와 심완은 이철을 한쪽 자리에 남겨두고 저만큼 멀찍이 떨어진 딴 자리로 옮겨서 장시간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심완이 이철을 부른다.

<이형 지난번 내가 제안한 울주군 민주당 출마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의사가 없겠소?>

<심의원님 말씀은 감사하지만 이미 출사표를 쓰고 신공화당으로 고향 땅 중구에서 출마하기 위해 지금 공천을 받으러 이규 선배와 함께 가는 길입니다. 이제 더 이상 어떤 변화도 있을 수가 없습니다.>

셋은 밖으로 나오자 심완 국회의원은 이철과 이규 전 국회의원에게 피차 13대 총선을 향한 장도를 축하한다는 엄숙한 작별 인사까지 나누고는 각자 당사를 향해서 헤어졌다.

옥교동 중구청 앞에 일정시대 건물이 울산시 선관위 사무실이다. 이철은 후보자 등록 마감일 하루 전에 신공화당 후보로 당에서 받은 공탁금 1000만원으로 울산시 중구에 후보등록을 마쳤다. 물론 김호 후보는 조금 전 오전 10시경에 보좌관이 와서 후보를 마치고 갔다한다. 등록 마감 결과 집권 여당의 김호, 신공화당의 이철, 또 민중당의 두동 출신 최준이 등록을 필했고, 문제의 민주당 후보는 첫 번째 공천을 받은 윤모는 당원들로부터 집단 린치까지 당한 후에 어디론가 달아나 버리고 다시 정룡이라는 자가 민주당 공천을 받아, 일단 후보 등록을 했으나 무슨 연유인지 잠시 후 마감 시간인 오후 5시에 다시 선관위에 나타나 등록을 취소하고 공탁금을 찾아가 버렸다고 한다.

울산의 4개 선거구에서 선거전이 본격화되고 유세전이 시작되었는데 어쩐지 중구의 선거판은 이상 할 정도로 적막했다. 마치 태풍 전야의 고요와 같았다. 후보 연설회가 3번이 있었는데 유세장마다 무슨 까닭인지 청중들이 보이지 않고 여당 선거 운동원들과 동원 된 통반장 그리고 선거 관계 공무원들뿐인데 학교 운동장에는 이상하리만큼 썰렁하면서도 한편 살벌한 분위기가 가시지 않는다. 나중에 그 연유를 알고 보니 통반장을 동원하면서 엄명을 내리기로 절대 유권자들이 유세장에 나타나지 못하도록 공작을 했다고 한다.

먼저 민중당에 최준 후보가 검정 두루마기에 고무신을 신고 단상에 오르자마자 집권 민정당 김호 후보를 새마을 비리의 원흉이라 공격하면서 자신의 사랑하는 동생이 서울대학에 다녔는데 데모를 하다 군사 독재자들에게 붙잡혀 고문을 심하게 당해 뇌를 다쳐 정신 이상자가 되었다면서, 최준은 내가 사랑하고 장래가 촉망되는 아까운 동생을 희생시킨 이 군사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동생의 한을 풀려고 나왔노라 했다.

이철은 "울산을 희망의 도시로 위대한 울산의 함성"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올라와서 본때 있는 야당으로 지금 노정권이 엄청난 대통령 선거 부정과 심지어 국회의원 선거법의 심야 날치기 통과를 시킨 독재 폭력근성의 믿을 수 없는 정권이라 몰아치면서, 이들이 또다시 절대 다수의석을 획득, 철권정치를 휘두르며 영구집권을 획책하고 무소불위의 독재정권을 막아 낼 야당다운 야당이 절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현재의 제1야당은 지난 40년간 이합집산과 파벌싸움만을 거듭했고, 지금도 변절, 배신, 파당쟁의 이전투구를 그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지난 12.16 대통령선거에서 그들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을 분당으로 배신한 용서 할 수 없는 죄를 범했다고 설파했다.

또한 울산출신의 국회위원이 새마을 비리로 언론의 지탄을 받고 경기도 영종도 땅을 토지수용령을 발동하여 최저가로 매수하고 구획정리사업, 노임 착취 등으로 울산의 금권을 누리는 자들은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각성하고 민주화의 대열에 동참하라고 열변을 토했다.

집권당 김호 후보는 거구를 이끌고 단상에 오르자, 이미 선거는 하나마나 인 듯 상대후보의 공격에 짜증스럽고 피곤한 기색으로 별로 할 말도 없는 듯 몇 가지 공약을 별 구변도 없고 조리 없이 나열하다가는 곧장 내려 가 곧장 유세장을 떠나버린다.

이철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거리를 돌며 선거 홍보용 유인물을 나눠주고 열심히 악수를 하며 인사를 하고 다니는데, 중앙시장 부근에서 일단의 청년들이 덮친다. 이철을 따르던 운동원들이 이들을 보자마자 기겁을 하면서 유인물을 버리고 후다닥 달아난다. 청년부장이란 얼굴색이 유난히 검고 등치가 큰 청년이 신호를 하니 이철 후보를 에워싸고는 더 이상 나아 갈 수 없게 만든다. 이철이 호통을 친다.

<너 이놈들 감히 국회의원 후보의 앞을 가로막고 운동원을 폭행하고 유인물을 탈취하다니 이런 무례하고 깡패 같은 짓이 어디 있느냐? 당장 비키지 못할까>

청년부장이란자가 별반 놀라는 기색도 없이 앞을 가로막고 나서며

<이 후보 당신이 우리 김호 후보를 욕하고 다니니 그렇지요? 나도 울산의 대학 학생회장 출신인데 나를 깡패 취급을 하다니요, 더 이상 이렇게 선거 운동을 하면 그냥두지 않겠습니다.>

이미 집권여당의 선거 운동원들은 경찰이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는지, 거리에서 이런 행패를 부리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껴 조금도 두려워하거나 위축되는 기색이 없다.

이철의 선거 사무실 앞에는 매일 아침부터 형사 한 명이 출근을 하며 일일이 출입자를 체크를 하고 저녁나절에야 경찰서에 돌아가 보고를 한다. 좀 별나게 열성적으로 운동을 하는 자는 어느새 집권여당의 깡패 운동원들에게 잡혀가 실컷 두들겨 맞고 또 경찰서로 넘겨져서 다시는 이철 후보 운동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야 풀려난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이철 후보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자들은 바로 고향 초등학교와 중학교 일부 동기동창생들이다. 대부분의 지방에서 힘 꽤나 쓰고 사업 꽤나 하는 자들은 한결 같이 집권여당 후보에게 가서 충성을 맹세하고 혹은 돈과 사무실까지 제공하며 마치 이철 후보의 속에라도 들어갔다 나온 듯이 친구를 인신공격하고 특히 외지 유입인구가 많은 울산의 특성상 이들이 이철 후보의 미타도어 작전에 주모자로 활약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선거일이 임박하자 점차 이철 후보의 인기가 올라가며, 김호의 당선을 낙관 할 수 없다는 여론조사와 정보가 계속 보고 된다. 김호의 선거 캠프가 긴장하기 시작한다. 구수회의가 열리고 새로운 작전 명령이 하달된다. 중구의 선거 분위기가 거의 폭력선거로 얼룩지기 시작하는 날이다.

이날 밤 이철의 사무실에 초저녁부터 일단의 정체불명의 깡패들이 습격했다. 선거사무실을 지키던 운동원 3명중 2명은 몽둥이로 얻어맞다 달아났고 그래도 끝까지 선거 유인물을 끌어안고 지키던 지체장애자 안홍은 피투성이가 되었고, 사무실의 전화기며 비품 유리창이 모두 박살이 났다. 경찰에 신고를 했으나 뒤늦게 찾아와 무성의하게 조사를 해 간 후로는 아무런 소식이 없다. 신기한 것은 매일 출근하여 정문을 지키던 형사는 이 날부터 며칠간은 사무실에 나타나지를 않았다.

선거 막바지에 이르자 중구의 여론은 점차 김호 압승에서, 당선을 낙관하기 어려운 쪽으로 기울자 선거분위기는 더욱 살벌해져가고 경찰은 물론이고 전 공무원과 지방의 카펜터스란 깡패들까지 대낮인데도 이철의 선거 사무실을 에워싸고 도무지 정상적인 선거운동을 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태에 빠진다.

택시 기사들은 <울산 중구 선거는 개판 5분전이다, 울산의 거물 김호가 위태로울 것 같습니다>

뒷 자석에 손님이 받아서 <이 상태로 며칠만 가면 이철이 당선 될 것 같아요.>라고 응수한다.
바야흐로 선거의 향배가 걸린 역풍이 불기 시작한다. 투표일 전날 동리마다 갑자기 어디에서 돈이 내려왔는지 통ㆍ반마다 점방이나 식당에 모여서 다과회나 회식자리가 벌어지고 염포, 양정동 현대자동차 앞 식당가는 퇴근 시간에 불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식당마다 작업복 입은 노동자들로 더 이상 앉을 자리가 없다.

그래도 내일은 또 내일의 새로운 해가 뜨듯이 드디어 투표일 아침이 밝았다. 이철은 아침 일찍 태화동 투표소에서 기표를 하고 성안에서부터 염포동까지 투표소를 둘러보고 사무실로 돌아온 이철은 아! 하고 장탄식을 쏟아 내면서

<이번 선거는 끝났다 이런 부정 선거 판 속에서 내가 승리한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이다. 이것이 오늘 우리 울산시민의 민주주의 수준이로구나. 투표소마다 내 참관인들이 하나도 없이 다 달아나 버리거나 아니면 술에 떡이 되어 아침부터 뒹굴고 다닌다.>


<이 위원장님 지금 투표소마다 무더기 투표, 대리 투표를 한다고 전화가 발발이 오고 있습니다. 지금 투표소마다 2,3명씩 짝을 지어 대리투표를 한다는 제보가 계속 들려오고 있습니다> 옆에서 선거 사무장이 보고하는 이야기를 듣고 난 이철은 다시 절망적 신음을 토한다.

그래도 울산초등학교 운동장으로 투표함이 속속 도착, 저녁 6시부터 일정시대 지었다는 강당에서 개표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 투표함을 개표대책상 위에 쏟아 붓자말자 부재자 투표용지의 봉투가 이미 모두 개봉된 상태이다. 그러니까 선관위에서 미리 봉투를 뜯고 계수를 마친 기표용지를 쏟아 내어놓은 것이다. 이게 관권부정선거가 아닌가? 뭔가 크게 잘못 되고 있는 것이다.

다음 투표함을 열어 보니 무더기표가 화장지 처럼 꼭 같은 규격과 솜씨로 접혀진 체로 쏟아지는데 개표요원이 책상위로 뛰어 올라가 그것을 다시 섞는다고 진땀을 뺀다. 더 이상 참고 보다 못했던지 개표 참관석에 이를 지켜보고 있던 이철이 민중당 최준에게 부정 개표를 함께 중단시키자고 제안을 했으나 외면당한다. 자기는 이미 당선권 하고는 무관 하다는 태세다.

이철이 개표장이 울릴 듯 고함을 지르며 혼자서 무더기 개표 현장으로 뛰어든다.

<개표를 중단하라. 왜 무더기 표를 섞어가며 부정한 짓을 계속하는가?>하고 호통을 친다. 뒤쪽에서 일단의 김호의 참관인들과 젊은 조직부장이 무서운 기세로 대들며 욕설을 퍼붓는다.

<야 이철 이xxxx 빨리 이리 나오지 못하겠나?>고함을 지른다. 험상궂은 청년들이 금방 공격해 올듯이 그를 에워싸고 노려보고 있다.

개표장은 삽시간에 험악한 공포 분위기로 변하자, 얼굴 혈색이 하얗게 변한 김호의 신기 사무장이 선관위원장과 무언가 귓속말을 나누고는 급히 자리를 뜬다.

잠시 후 선관위장은

<잠시 개표를 중단하겠습니다>

갑자기 개표장이 웅성거리며 개표요원들이 모다 임시선관위원장을 맡은 우석고등학교 교장의 얼글을 처다본다, 그렇지 않아도 검은 얼굴이 초저녁 불빛에 반사되어 더욱 검붉게 보인다. 그는 이어서

<1시간동안 저녁 식사시간으로 쉬었다가 다시 재개하겠습니다.>라고 선언하고는 개표장을 황급히 빠져 나가버린다. 개표요원들은 대부분 학교 교사들과 시청 공무원들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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