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편) 야망의 계절 <1> 울산 전통 야당의 맥(脈)

울산포스트 | 기사입력 2005/07/24 [13:48]

(제1편) 야망의 계절 <1> 울산 전통 야당의 맥(脈)

울산포스트 | 입력 : 2005/07/24 [13:48]

벌써 서울의 초가을은 여름과 겨울을 확연하게 가르며 코끝에 와 닿는 시원한 바람은 거리에도 한결 활력을 불어넣으며 오늘따라 청년 정치인 "최우"의 넓은 가슴도 새로운 생기와 야망으로 가득 넘친다.

 

이 곳 김포공항 가도를 향해 뻗어나가는 신흥 주택가 화곡동 뒷산에는 초가을의 연한 단풍이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는데 어느덧 충일한 열매들은 무르익어가며 짙은 향내를 발할 때쯤 이 곳 "최영"의 신축 저택에는 수많은 손님이 찾아들고 있다.

 

울산의 전통 야당 인물이라면 비록 중간 중간에 정치 탄압에 견디다 못해 변절한 이는 더러 있긴 하지만, 당시 전국의 정치 거물들과 견주어 보아도 흠 잡을 데 없는 출중한 인물들이었다. 언양 출신의 오위영, 김수선, 강동의 정해영, 그리고 두동의 최영근은 3김시대 이전에 이미 김영삼, 김대중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 야당사에 두각을 나타낸 전통 민주당 투사 정치인이 아니었던가. 같은 동향이요, 막역한 교우 관계를 가졌던 두 분, 당대 최고 정치권력의 2인자요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이후 중앙정보부장과 대통령과 사범학교 동기동창이자 막역지우인 h정유사 서정 사장의 집요한 설득과 회유로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고난의 야당 정치생명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새로 맡게 된 제2생명보험사 사장이요 대한 복싱연맹 회장의 직함을 가진 최영의 신축 저택은 참으로 웅장했다.

 

민주당의 투사요 청년 국회의원 최우가 이 저택에 들어섰을 때, 검은 독일산 셰퍼드가 무서운 기세로 내닫다가는 자주 찾아오는 손님의 얼굴을 식별했음인지 곧 경계를 늦추며 별 반응이 없이 물러선다. 오늘은 평소 효자로 소문이 자자했던 이 집 주인 최영 사장의 어머니 80회 생신이다.

 

매우 어진 인상의 노모는 거구의 몸을 일으키며 큰방으로 들어와 넙죽 큰절을 하는 최우의 내방을 손주 대하듯 맞으며 반가워한다. 주인 최영은 지금 2층 서재에서 정부 요인의 내방을 받고 벌써 1시간째 밀담중이라는 말을 전해 들으며 큰방에 모인 가족 친지들을 향해 너스레를 떤다.

 

최영의 어머니는 두동의 평범한 농가에 시집 온 후로 새벽별을 보고 밭에 나가 일을 시작하면 저녁별을 보고 들어 올 정도의 고된 농사일을 열심히 하며, 산골짜기 논밭을 해마다 개간하여 결국 당대에 100마지기 농사를 일구는 부농이 되었다는 옛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곤 한다.

 

아들 최영을 인물로 키우기 위해 당시 산골 두동 두서에서 중학교도 보내기 어려웠던 시절에 서울 일류 대학까지 보낸 장한 어머니의 역사를 들으며, 최형도 답례삼아 좌중을 주도하며 노모가 관심 있어 하는 국회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큰방을 차지한 일가친지들 중에는 금년 대학을 졸업하고 곧 미국 유학을 떠날 큰손자 최유도 덩달아 이날 할머니 생신 축하차 찾아 온 친구 이철과 함께 최우를 향해 말을 건다.

 

지난번 임시 국회에서 통과 된 정치규제법을 저지하기 위해 벌어진 여야 난투극을 tv뉴스에서 잠깐 보았어요. 그때 맨 앞에서 전투 경찰과 싸우던 의원님의 모습을 봤는데 대단하데요. 어디 다치지는 않았습니까?” 하고 분위기를 돋운다.

 

, 내가 단상을 치고 들어가는데 전투경찰 5명이 덤비지 않겠나, 먼저 두 놈을 한대씩 먹이니깐 뒤로 자빠지는데 옆에서 또 한 놈이 내 팔을 잡고 가슴을 가격하기에 그대로 급소를 누르고는 발길로 한방씩 주니깐 모두 나뒹굴어지더라. 참 자식들 무술경관만 아니었으면 여당의원들은 감히 나에게 접근을 못하지, 그런데 또 한 놈이 뒤에서 내 목을 조르고 넥타이를 감아 조르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밖으로 끌려 나와 일을 망쳤지. 요즘 같으면 tv에 생중계가 되어서 정동영의원이 테이블 위에서 뛰고 울부짖으며 쥐어짜는 표정까지 볼 수 있을 텐데, 그래서 오히려 한나라당이 대통령을 탄핵을 시키고도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고 마침내 자충수로 총선에서까지 참패하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판인데 말이다.”

 

다시 최우의 너스레는 거치지 않는다.

 

국회 로비로 나와서 동료의원들과 잠깐 협의를 하며 쉬고 있는데 마침 건너편 벤치에 공화당의원들과 함께 어울려 잡담을 하던 박판의원이 최우를 향해

 

야 최우 너 주먹 세다고 까부는데 어디 나하고 한번 맞장 떠볼 텐가?” 불같은 성질에다 번개 같은 무술 솜씨를 자랑하는 의리의 사나이 최우가 이 소리를 듣고 그냥 있을 사람인가. 최우가 핏대를 내며 소리친다.

 

그래 그것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박판 너 군사독재 권력 믿고 까불고 감히 나에게 도전 하는데 그래 우리 사후에 아무런 원망 않기로 여기 모인 수십 명 국회의원들과 무술경관들 앞에서 서약 하고 한판 붙자.”

 

그래 좋다 사나이의 약속이다, 어디 더 넓은 곳으로 가자

 

이렇게 해서 국회 로비 한가운데 제일 넓은 복도에서 여의도 국회의사당 생기고는 최초의 별들의 결투가 벌어지게 된 것이다.

 

아무리 공화당이 수와 힘으로 밀어 붙이면 그만인 시절의 국회의사당에서 그것도 공화당 최고의 강자라고 하는 박판이지만 그의 상대가 되어 한판 승부를 가릴 최우도 만만치 않은 상대임은 분명하다.

 

이미 부산공고 시절부터 축구와 럭비로 다져진 타고난 투사형 몸에다, 고향 서생에서 동해남부선 기차에 최우가 떴다 하면 열차가 갑자기 잠잠해 진다는 전설적인 주먹이 아닌가, 한때 최영의 정치 참모로 따라 다니면서 자유당 깡패에게 야구방망이로 뒤통수를 얻어맞아 한쪽 눈알이 튀어나오는 참사가 났으나 그냥 그대로 눈알 들고 병원으로 달려가서 치료를 받고는 휴식도 않고, 다시 돌아서서 별일 없었다는 듯 최영의 선거 운동에 합류했다는 의리와 용맹을 자랑하던 투사가 아니던가.

 

후일 소위 좌 동영 우 형우의 전설을 만들어 낸 사나이였기에 연전에는 깡패들이 세종로에서 김영삼을 폭행하려고 벌 떼처럼 몰려들자 그는 36계로 달아났으나 최우 혼자서 이 깡패들을 몸으로 막으며 무수히 구타를 당해도 꿈쩍도 않았다는 사나이였다.

 

국회의사당 더 넓은 로비에서 지금 공화당의 최고 주먹의 고수 박판 의원과 민주당 당수의 보디가드이자 야당 최고 무술의 고수인 최우가 맞붙었다.

 

그런데 이 자식이 덩치 값도 못하고 마치 이소룡이처럼 잔뜩 폼만 잡고 덤벼들지를 못하길래 내가 그냥 두 손을 순식간에 뻗쳐 급소를 살짝 건드렸더니만 그대로 일자로 뻗어버리고 말지 않나? 나 참 기가 막혀서 그러고는 다시 덤비지도 않고 꼬리를 감추고 말길래 싱겁게 끝나버렸지, 그날 이후부터는 박판은 어디서든지 나만 보면 저 멀리서부터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형님, 형님 하고 대접을 한단 말이야

 

이렇게 여의도 국회의사당 여야의 당대 최고 주먹 고수의 대전은 최우의 일방적인 승리로 단 몇 초 만에 싱겁게 끝나버리고 말았단다.

 

다시 정치 무술 이야기가 끝없이 전개되고 모두가 무아지경으로 빠져들 즈음 위층에서 주인 최영이 찾는다는 전갈이 왔다.

 

최우는 벌떡 일어나 이층 주인 최영의 서재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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